오랫동안 알고 지내던 지인들과 가끔 통화를 할 때면, 때론 누가 먼저 전화를 하였는가에 따라서, 마치 먼저 전화를 하는 사람은 상대방에게 아쉬운 것이 있어서 손 내미는 사람, 그리고 상대방은 나의 필요를 채워줄 수 있는 무언가 가지고 있는 주는 사람의 구도로 인식하는 듯한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물론 이런 관계는 분명 친구 관계가 아니며, 친구 사이에서 이러한 경우 나는 바로 연락을 끊어왔다. 왜냐하면 그건 친구가 아니기 때문이다. 끊는 방법은 분명하다. 그냥 내가 연락을 안하면 상대방에게서도 연락이 안온다. 그걸로 그 관계가 어떤 관계였는지 보여주는 것이다. 진정한 친구 관계에서는, 때로는 내가, 때로는 상대방이 연락을 한다. 누가 먼저 연락했고 안했고가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지금 대화를 나누고 함께 하고 있다는 사실 뿐이다. 그런데 지인들, 주로 크리스천들에게서도 마치 기싸움을 하듯이 연락을 먼저 하고 안하고가 중요한 듯한 뉘앙스가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럴 때면 참 안타깝고 슬프다. 왜냐하면, 대인관계에서의 나의 모토는 "상호 존중, 상호 협력"이다. 함께 하나님의 나라를 세워나가는 성도이자 동역자끼리 누가 먼저 연락하고 안하고, 누가 더 쎄고 누가 더 약하고가 무엇이 중요하단 말인가. 주님이 우리에게 그렇게 가르쳐주시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분이 나쁘더라도 그래도 나는 주님께서 감동을 주실 때 안부 차 연락을 주로 먼저 하는 편이다. 상대방이 어떻게 생각하든, 주님이 주신 감동 대로 순종하며 할 뿐이고, 건강하지 못한 관계는 주님이 감동 주시는데로 기도하고 내려 놓으면 곧 끊어진다.
심리적으로도, '대리만족'이라는 것이 떠오른다. 누구나 자신이 못해내는 영역, 기능이 분명히 있고, 또 나는 못하지만 상대방이 해내는 영역, 기능도 분명히 있다. 이것을 상호 존중해주고 상호 협력을 해주면 좋을텐데, 마치 상대방이 아쉬워서 나한테 연락을 하는 것으로 자기 위안을 삼고 상대방보다 내가 심리적 우위를 점령했다고 생각함으로써, 그것을 이용하여 내가 아직 잘 하지 못하는 열등한 부분에 대한 보상을 느끼는 일종의 '대리만족'이자 일종의 ‘착각’을 하는 경우가 있다. 문제는 다름 아닌 우리 성도들의 관계에서도 작용하는 것 같을 때가 있다. 그렇지 않기를 바라지만, 만약 무의식적으로라도 그런 생각으로 사는 분이 있다면, 나 자신도 내가 인식하지 못한 채 그러한 위안을 삼는 부분이 있다면, 일깨워주고 싶다. 인생은 호락호락하지가 않다. 하나님을 믿는다는 것이 하나님이 인생을 편안하게 인도하신다는 의미가 아니다. 하나님은 질서의 하나님, 성실하신 하나님, 노력을 존중하시는 하나님이시며, 하나님의 자녀인 우리 역시도 그러한 삶을 살기를 바라신다. 내가 잘 안되는 영역, 기능이라도 하나님께 기도하며 내가 노력하다보면 열매가 더디더라도, 다른 사람이 먼저 알아보고 인정해줄 때가 더러 있다. 또한 설령 사람은 몰라줄지라도 하나님은 아시고 애쓰고 노력하는 나를 위로해주시며 도와주시고 결국 하나님의 방식으로 열매를 거두게 하신다. 그러므로, 타인과의 관계에서 교묘하게 심리적 우위를 차지함으로 위안을 삼으려는 태도, 습관은 스스로에 대한 기만이며 타인에게 교묘히 기생하는 비참한 삶에 불과하다. 우리는 그 대신, 각자 자기의 일을 하나님 안에서 최선을 다하는 삶을 살 수 있으며 더욱 그렇게 되기를 주의 이름으로 축복한다. 할렐루야!
“10 네가 어찌하여 네 형제를 판단하느뇨 어찌하여 네 형제를 업신여기느뇨 우리가 다 하나님의 심판대 앞에 서리라 11 기록되었으되 주께서 가라사대 내가 살았노니 모든 무릎이 내게 꿇을 것이요 모든 혀가 하나님께 자백하리라 하였느니라 12 이러므로 우리 각인이 자기 일을 하나님께 직고하리라(롬 14:10-12)”
미소교회를 담임하고 있는 최준혁 목사입니다.
교회와 사역에 대해 교회 홈페이지를 통해 보실 수 있습니다.
http://www.miso.chur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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