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 한 단상

나로서 존재하기

빅 라이트 2023. 3. 25. 15:22

  개척교회를 하면서 현재는 여기저기서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나님께서 여러 도움의 손길을 통해서 사역과 생활을 유지하게 하신다. 그런데 간혹 마음을 상하게 하는 경우가 있는데, 공교롭게도 모두 목회자들 때문이다. 어떤 사람은 자신의 교회로 불러서 도와주겠노라고 스스로 약속까지 하고서는 함흥차사인 경우도 있다. 어떤 사람은 자신의 교회를 통해 도움을 주긴 하나 그 댓가가 크다. 마치 도움을 주는 자신이 상위계급, 도움받는 나와 우리교회는 하위계급인 것처럼 호되게 하대 한다. 재미있는 것은 그 교회들이 먼저 도와주겠다고 하였던 것이고 교회의 요구, 프로세스 대로 따라간 결과가 '외면', '하대'라는 것이며 도와주겠다던, 도움을 받는 부분도 실은 아주 작다는 것이다. 나는 그 '외면', '하대', '미약'이 그 목회자의 감춰진 실제 모습이며 그 사람이 줄 수 있는 최종적인 '경험'이고 '열매'라고 믿는다. 차라리 애당초 교류가 없었다면 하는 마음까지 들 정도다. 이와 달리, 큰 도움을 주시고 큰 힘이 되어 주시는 성도님들은 오히려 조용히 섬겨주시고 기도로 섬겨주시고 격려로 섬겨주시고 때론 이름도 없이, 때론 얼굴도 모른 채 섬겨주신다. 절로 고개가 숙여지게 되며 때론 부끄럽기도 하고 때론 감동에 울컥하기도 한다. 하나님은 성도님들을 통해 일하신다. 그래서 나역시도 좋은 결과, 좋은 열매로 보답을 해드리고 싶은 생각에 더 열심히 사역을 하여야겠다는 생각과 기도뿐이다. 그러한 차이를 보게 될 때, 같은 목회자로서 참 부끄럽다. 목회자의 수준, 민낯이 성도님들보다 수준이 한참이나 떨어진다. 저급한 수준이다. 도움을 받는 형식으로라도 그들과 함께 하고 싶었던 나역시도 그들과 다르다고 말하고 싶지 않다. 왜이렇게 목회자들이 멋도 없고 감동도 없고 비겁하고 약삭빠르며 무례하고 나약한 자들이 되었을까...안타깝다. 나는 그 이유와 대책으로서 '나로서 존재하기'에서 찾는다. 교회에서는 목회자들에게 거룩하고 신령하고 탁월하고 지도자로서의 뛰어난 능력을 원한다. 문제는 그러한 능력이 실제로 있느냐는 것이다. 그래서 결국 있는 '척'을 하는 것이다. 화려함의 '쇼'를 하고 자기 것처럼 '눈가림'을 하고 있는 것처럼 '사기'를 벌이는 것이다. 그런데 '척'이 아닌 '실재'가 되기 위해서는 없으면 없는 대로 있으면 있는 대로 실제의 '나로서 존재하기'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학생이 공부 잘 하는 '척'이 아닌 실제 '실력'이 있으려면 자신의 현재 실력을 정확히 알고 거기에서부터 시작해야 하듯이, 목회자는 능력이 있는 '척'이 아니라 실제 '능력'이 있어야 하고 그 시작은 '능력없는 나로서 존재하기'인 것이다. 이 능력은 나에게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로부터 주어지는 것이며 구하면 받을 수 있으며 머물고 기도하며 기다리라고 하신다. 나 역시도 나의 부족함을 감추겠다고 '위장' 하거나 없는 능력, 있다고 우기느라 '혈기'를 부리지 않게 되기를 바라며, 능력의 근원되시는 하나님을 바라보고자 한다. 목회자를 도마 위에 올려놓고 화풀이를 하였으며 마음 아픈 내용이지만, 실은 한국교회와 목회자들에 대한 사랑과 기대에서 나온 질책이며, 능력을 사모하는 우리 모든 하나님의 백성들을 위한 권면이기도 하다. 사람과 달리, 오늘날에도 하나님은 살아계시고 멋있게 역사하신다. 할렐루야! 

"48 너희는 이 모든 일의 증인이라 49 볼지어다 내가 내 아버지께서 약속하신 것을 너희에게 보내리니 너희는 위로부터 능력으로 입혀질 때까지 이 성에 머물라 하시니라 (누가복음 24:48-49)"
 
미소교회를 담임하고 있는 최준혁 목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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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miso.chur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