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 한 단상

네 발에서 신을 벗으라

빅 라이트 2024. 8. 16. 16:56

  내가 늦은 나이나마 다행히도(?) 부모가 되어 보면서 느끼는 것이 많다. 그 중에 하나는, 아이들은 칭찬과 인정이 중요하다. 아이에게 보내는 나의 칭찬의 한마디, 한번의 미소, 한번의 박수, 격려의 토닥거림이 내 생각보다 아이를 기쁘게하고 힘을 주는 것을 볼 때 나도 기쁘다. 그러한 상호 작용을 할 때 부모와 자녀가 서로가 기쁘고 서로 기분 좋아지는 것 같다. 그러면서 사람에게 인정의 욕구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새삼 느끼게 된다. 인정의 욕구가 충분히 해소되지 못한 사람은 성인이 되어서도 타인의 인정에 목말라한다. 그래서 타인이 나를 인정하는지 아닌지 그 사람의 말 한마디, 표정 하나, 마음이 뭍어나는 단서 하나 놓치지 않게 상대방의 눈치를 살피고 기분을 살피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나도 그렇다. 나 역시도 많은 세월을 사람의 인정을 받기 위해 나름대로는 부단히 애썼고 그 결과 인정을 받아 행복할 때도 있었지만 많은 경우 인정을 받지 못하는 것 같아서 위축되고 불안할 때도 많았던 것 같다. 그러면서 30대 중반부터는 마음에 저항감이 생겼다. '세상이, 사람이 감히 날 평가할 자격이나 있는가'하는 반발심말이다. 나 자신이 대단한 사람이고 잘나서가 아니라, 나를 존중하는 것보다 타인의 인정과 평가에 목매는 것이 그만큼 더 중요한지 의문이 생긴 것이다. 결론적으로, 타인에 대한 저항감도 사실은 내 안에 있는 습관적으로 타인의 인정을 살피는 시스템에 대한 저항을 마치 세상이나 타인에 대한 저항으로 착각하는 것일 뿐 사실은 여전히 인정의 욕구에 목말라 있는 또 다른 모습에 불과한 것이다. 나름 몸부림쳤으나 결국 나 자신의 한계에 늘 둘러싸여있는 것이다. 그러한 나 자신을 돌아보면서 하나님께서 모세를 처음 만나주시는 장면을 떠올려본다. 성경에 조금만 관심을 가진 성도라면 출애굽기 1-2장에 나오는 모세에 대해 어느 정도 사전 지식이 있으실거라 믿기에 설명을 생략하고 곧바로 출애굽기 3장의 장면으로 들어가보면, 하나님은 불붙었으나 불타지는 않는 떨기나무의 기이한 광경 앞에서 "모세야 모세야" 부르신 하나님은 모세에게 "이리로 가까이 오지 말라 네가 선 곳은 거룩한 땅이니 네 발에서 신을 벗으라(출3:5)"고 하시면서 자신을 조상들의 하나님으로 소개하신다. 이 구절에서 신발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여러 해석이 있으나, 나는 그동안의 나의 삶이 나에게 만들어준 나의 '정체성'이라고 말하고 싶다. 과거의 나처럼 인정욕구에 목말라있는 것도 정체성이다. 그것만이랴 수많은 좌절된 욕구, 좌절, 또는 충족된 욕구들에서 형성된 정체성이 있다. 그런데 하나님은 그것을 벗으라고 하시는 것 같다. 왜냐? 하나님의 일은 내가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나님께 듣거나 여쭙고 들은바를 순종하는 삶이 하나님을 믿는 삶이요, 하나님의 일을 하는 사람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스스로 생각하는 장점과 단점이 수없이 많을 것이다. 장점이 많다고 생각하면 자신감이 가득찰 것이고, 단점이 많다고 생각하면 위축감이 많을 것이다. 무엇이 되었든 하나님 앞에서 벗어 놓자. 하나님은 우리와 새로운 일, 새로운 시작을 하길 원하신다. 새로운 삶으로 초대하시는 것이다. 그 삶은 내가 주도하는 삶이 아니다. 내가 주도하면 또 주구장창 그동안 해오던데로 할 것이기에, 내 수준 다 아시는 하나님은 우리에게 주도권을 주시지 않고 하나님 아버지께서 주도해가신다. 그러므로 하나님을 믿고 싶다면, 새로운 믿음의 삶을 살고 싶다면, 하나님의 일을 하고 싶다면, 나 자신의 정체성을 내려놓다. 발에서 신을 벗어 놓자. 그래야 하나님의 새 역사가 시작된다. 할렐루야!

"그런즉 누구든지 그리스도 안에 있으면 새로운 피조물이라 이전 것은 지나갔으니 보라 새 것이 되었도다(고후 5:17)"

 

미소교회를 담임하고 있는 최준혁 목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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