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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 한 단상

연약함에 머무는 삶

  우리는 연약하다. 그런데 인정하고 싶지도 드러내고 싶지도 않다. 남에게 나의 연약함을 드러낸다는 것은 생각만해도 수치스럽고 절대 해서는 안될 일이다. 그런데 우리의 내면이 그러하다 보니 본의 아니게 나에게 감춰야할 연약함이 많으면 많을 수록 우리는 감출 것이 많아지게 되고 그로 인해 긴장하며 눈치를 살피며 스트레스를 받는 것이다. 소진되는 것이며 지치는 것이고 그로 인해 더 연약해지는 것이다. 아니 더 연약해지지 않더라도 연약함이 유지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생각해볼 것이 있다. 감추면 다 인 것인가? 감추면 되는 것인가이다. 아니, 그 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나의 연약함이 나 자신은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를 생각해보시라고 누구에게라도 묻고 싶다. 연약함을 좋아하는 자는 없을 것이다. 설령 그렇다하더라도, 아들러 심리학에 의하면 그것은 연약함이라는 증상을 통해 무언가를 얻어내기 위해 이용하는 것일 뿐이다. 인간은 본성적으로 강함을 추구한다. 노아 시대에 심판을 받고 전멸하다시피한 인류였어도 또 얼마 못가서 하나님께로 도달하겠다고 바벨탑을 쌓는 것이 인간이기 때문이다. 그렇다. 우리는 실은 강해지고 싶은 것이다. 그런데 강해지고 싶으나 강해지지 못해, 하소연하고 넋두리하면서 순응하며 연약함에 머무를 뿐이다. 할 수 있다면 누구든 강해지고 싶은 것이 솔직한 마음들일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할 일은 자명하다. 강해져야 하는 것이다. 또 살기 위해서, 무언가를 해내기 위해서, 심지어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실제로 강해질 필요가 있다.  선하게 쓰임받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그렇다면 강해지기 위해 어디에서부터 시작해야할 것인가? 현재 상태를 정확히 직시하는 것에서 시작해야할 것이고, 현재 상태라 하면 현재 내가 그렇기 싫고 피하고 싶고 감추고 싶은 연약함의 상태를 직면하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거기가 출발선이기 때문이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수치도 아니다. 그냥 객관적이고 가치 중립적으로 현재 상태일 뿐이다. 의사가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진단이 우선되는 것과 같다. 정확한 진단에는 어떤 존귀, 멸시 등 감정적인 가치가 들어갈 필요가 없다. 그냥 객관적인 데이터가 필요할 뿐인 것이다. 마찬가지로 우리도 우리의 영,혼,육 모든 영역에서 객관적인 상태 데이터가 필요한 것뿐이다. 그것을 가리켜 '연약함'이라고 어떤 가치 평가적인 단어로 표현한 것은 사람이다. 그래서 나는 '강하다, 약하다' 등 비교하고 평가하는 표현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 대신에, '발달이 잘 되었다, 발달이 필요하다' 등 발달의 개념을 선호한다. 사람마다 발달된 영역이 다 다른데, 발달은 우리가 죽을 때까지 평생에 이루는 부분이기 때문에 발달이 덜 되었으면 발달시키면 될 일이다. 우리 고사성어에 '대기만성(大器晩成)'이라는 말도 있듯이, 큰 그릇은 늦게 만들어지는 법이며 우리의 선조들도 발달 속도의 차이가 결과의 차이로 그대로 이어지는 것은 아님을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더 발달되기 위해서, 더욱 발전하기 위해서, 더욱 성장하기 위해서, 우리의 할 일은, 내가 피고싶고 감추고 싶었던 '연약함'을 바라보자, 그리고 그 '나의 연약함에 머물러보자' 연약함에 안주하기 위함도 아니고 거기에서 시작하여 어떻게, 어디로, 얼만큼 갈지를 바라보고 나아가기 위해서다. 앞으로는 연약함이 드러날까봐 전전긍긍하는 삶이 아니라, 오히려 발달이 필요한 연약함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하며 그곳에서 나의 연약함과 하나님의 전능하심을 바라보자. 기도하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노력들을 한걸음씩 가보자. 하나님께서 격려해주시고 도와주심으로 우리는 더욱 발달될 것이다. 그 결과 더욱 강해지게 되어 하나님의 뜻을 이루어드리는 세상이 감당하지 못하는 성도, 주님의 강한 군사가 될 것이다. 할렐루야! "예수께서 들으시고 그들에게 이르시되 건강한 자에게는 의사가 쓸 데 없고 병든 자에게라야 쓸 데 있느니라 나는 의인을 부르러 온 것이 아니요 죄인을 부르러 왔노라 하시니라(막2:17)"

 

미소교회를 담임하고 있는 최준혁 목사입니다.
교회와 사역에 대해 교회 홈페이지를 통해 보실 수 있습니다.
http://www.misochur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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