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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 한 단상

우리에겐 아파할 시간도 필요합니다.

우리가 신앙과 일상생활에서 너무 감정에만 몰입되고 마음에만 빠져있는 채로 삶의 진전을 도외시한 채로 살아가는 것도 문제이지만, 너무 멈추지 못하고 돌아보지 못하고 심지어 나 자신 조차도 아파하지도 못할 만큼 각박하게 살아가는 것은 더 큰 문제라고 할 수 있다. 그 이유는, 내가 나를 대하는 방식대로 내가 하나님을, 사람을 대하기 때문이다. 내가 나를 가혹하게 대하는데, 하나님이라고 해서, 다른 사람이라고 해서 별 수 있겠는가?

우리는 신앙인이기 이전에 사람이다. 하나님도 사람으로 태어나게 하시고 난 다음 성장하면서 복음도 듣게 하시고 예수님도 믿고 구원받게 해주셨지, 구원부터 시작하시지 않는다. 물론 하나님께서 창세전부터 우리의 구원에 대해 예정은 해주셨지만, 그것을 실행하실 때 그냥 한 아기로 태어나 한 사람으로 자라게 하셨지 신생아에게서부터 신앙을 강요하시지 않는다. 우리는 사람이다. 구원은 우리가 삼위일체 하나님과 그 분께서 하시는 일을 아는 정보를 넘어서서, 우리의 전인격을 다스리시는 개념인 것이다. 우리가 진정으로 한 사람이 되기를 바라시는 것이 구원의 의미에 포함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사람이기에, 그리스도인이든 그렇지 않든, 모두가 다 때론 육신이 질병이나 사고로인한 상처가 생겼을 때에도 치료하고 잘 낫도록 돌보는 물리적 시간이 필요하다. 하물며, 마음이라고 해서 다르겠는가? 우리의 마음도 때론 아프다. 그래서 우울하다. 우리가 상처가 났을 때 진물이 나지만, 그 진물이 사실은 상처가 난 곳을 보호하고 치유해주기 위해 필수적인 물질이듯이, 우리의 마음이 아플 때 때론 우울감도 필요하다. 무기력도 필요하고 분노도 필요하고 슬픔도 필요하고 다 필요한 것이다. 다만, 몸의 상처도 진물이 나다가 딱지가 않고 딱지가 떨어질 정도로 다 나으면 다시 생활을 하고 몸을 움직여야 정상으로 돌아가듯이, 마음도 다시 마음의 먼지들, 부정적 감정들을 털어내고 다시 긍정적 감정을 붙들고 일어서야 삶이 움직이게 된다.

영적인 것이라고 다르랴? 우리는 성령 안에서 영적으로도 은혜를 받고 감동을 받고 때론 계시와 때론 기적과도 같은 도움을 받고 하나님의 기적같은 일에 실제 참여도 한다. 하지만 때로는 하나님께서 계신가 안계신가 할 정도로 하나님의 침묵을 견뎌야하며 영혼의 밤이라 부를 정도로 외로운 시간을 버텨야할 때도 있다. 때로는 주변의 크리스천으로부터 은혜로운 감동과 섬김 속에 같은 한 하나님을 섬기고 있다는 감격도 느끼지만, 때로는 너무나도 다른 영적 이질감으로 인해 난감할 때도 많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우리는 혼자서 말씀을 보고 묵상하고 기도하고 생각을 정리하고 마음을 가다듬고 찬양하고 잠잠히 주님을 바라볼 시간이 필요하다. 마치 주님께서도 분주한 사역 속에서도 대중을 떠나 혼자 기도하러 밤에 산에 오르셨듯이 말이다. 때론, 우리에겐 아파할 시간도 필요하다. 그렇기에 때론 아프길 바랍니다. 평안하게 충분히 아프고 또 충분히 회복하시길 바랍니다. 우리에겐 그럴 힘이 있고 또 그 힘이 더 필요하다면, 세상이 회복탄력성, 리질리런스 등으로도 표현하고 있는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을 하나님이 주십니다. 할렐루야!

"15 예수의 소문이 더욱 퍼지매 수많은 무리가 말씀도 듣고 자기 병도 고침을 받고자 하여 모여 오되 16 예수는 물러가사 한적한 곳에서 기도하시니라(눅 5:15-16)"

 

* 미소교회를 담임하고 있는 최준혁 목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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